페스티벌 Live (구례 산수유꽃축제 속으로)
구례와 산수유 꽃의 인연은 역사 속에서 엿볼 수 있다. 그 옛날 성웅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을 시작한 곳이 바로 구례 산수유시목지였기 때문이다. 국운이 존망의 기로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백의종군에 나서는 장군의 눈에도 산수유 꽃은 그렇게 샛노랬을까?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단 하나 변함없는 것은 이맘 때 구례 전역을 물들이는 노란 물결의 장관이다.
EDITOR 황정호 PHOTO 임영규
구례군은 전면적의 77% 이상이 임야인 탓에 예로부터 경작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고장이었다. 이를테면 농업이 주였던 우리나라에서 구례는 척박한 지형적 특성을 띄었던 셈이다. 하지만 구례, 그 중에서도 산동면 주민들은 약 1천 년 전부터 농업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활로를 찾았다. 바로 약용작물인 산수유를 재배하는 것이었다. 구례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산수유나무가 있다. 지금도 민가, 산 구릉지, 길가, 개울가 등 빈터가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산수유나무가 자라고 있다.
구례 산동면과 산수유의 인과관계를 거슬러 올라가면 의외의 에피소드가 나온다. 약 1천 년 전 중국 산동성에서 태어난 처녀가 지리산 총각을 만나 시집을 오게 됐고, 그때 산수유나무를 가져와 심었다는 것. 그 나무가 바로 산수유나무였고 ‘산동면’이라는 지명도 그로부터 유래됐다고 한다. 문헌을 살펴보면 ‘삼국유사’ 권이, 기이편에 신라 48대 경문왕 때 우리나라에서 산수유를 재배한 기록을 볼 수 있다. 또 ‘승정원일기’ 등에서도 구례산수유는 특산품으로 재배됐다는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산수유나무가 구례 사람들의 생계 기반이었다면, 지금은 구례를 관광 명소로 만드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올해로 16회 째, 지난 3월21일부터 29일까지 이어진 ‘구례 산수유꽃축제’는 변함없이 성황을 이뤘다. 꽤 오래된 축제이니 만큼 체험 행사도 다양하다. 산수유 러브레터 쓰기, 산수유 족욕체험, 산수유 삼푸비누만들기, 전통놀이 체험 등 체험 행사만도 10가지가 넘는다.
가장 먼저 가볼 곳은 행사장 중앙에 위치한 산수유사랑공원이다. 산수유의 꽃말인 ‘영원불멸의 사랑’을 모티브로 해 프로포즈존, 언약의 문, 사랑마루, 산수유 꽃담길 등 여러 가지 테마로 조성돼 있다. 노랗게 물든 산동면 일대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곳 한편에는 산동애가라는 노래비가 서 있는데, 이는 1948년 여순사건 때 산동면 상관마을에 사는 백순례라는 열아홉 살 처녀가 부역혐의로 끌려가며 구슬프게 불렀던 노래라고 한다. 산동면에서 부자로 소문난 백씨 집안은 모두 5남매를 두었는데, 큰아들과 둘째 아들은 일제 징용과 여순사건으로 희생되고 셋째 아들마저 쫓기게 되자 순례 처녀는 오빠 대신 끌려가 끝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잘 있거라 산동아 너를 두고 나는 간다/ 열아홉 꽃봉오리 피어보지 못한 채로/
가마귀 우는 골에 병든 다리 절매절매/ 달비머리 풀어 얹고 원한의 넋이 되어/
노고단 골짜기에 이름 없이 쓰러졌네/ 살기 좋은 산동마을 인심도 좋아/
산수유 꽃잎마다 설운 점을 맺어놓고/ 가마귀 우는 골에 나는야 간다
-산동애가 中
구슬픈 노랫말이 노란 산수유 꽃과 겹쳐지며 한동안 애잔한 마음에 자리를 뜨기 힘들었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니 다시 위안을 주는 것은 산수유 꽃이다. 발길 닿는 어느 곳이나 카메라 포커스를 맞춰도 하나같이 그림이 되는 풍경은 보는 사람들을 절로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 특히 반곡마을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될 정도이다. 반곡마을의 최대 포토 존인 계곡의 작은 폭포 앞에는 자연이 만들어 낸 장관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출사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 구례 산수유마을은 봄과 가을을 거치며 두 번 변신한다. 봄에는 노란 빛 천지였던 이곳은 가을이면 익어가는 산수유 열매로 단풍이 울고 갈 붉은 빛깔을 자랑한다. 올해 봄날의 노란 물결을 놓쳤다면 가을을 기약해 볼 일이다.
4월의 축제 한마당, 여기도 있다!
구례 산수유꽃축제를 놓쳤다고 해도 아쉬워 할 필요는 없다. 4월에는 다양한 축제들이 줄줄이 이어지기 때문. 유채꽃 만발한 제주도 우도에서 개최되는 소라축제는 물론 떨어지는 벚꽃 꽃잎을 맞으며 달리는 경주 벚꽃축제, 달콤한 분홍빛에 취하는 영취산 진달래꽃축제, 화사함을 만끽하는 태안튤립축제 등이 그것이다. 이번에는 놓치지 말고 체크하자!
(사진제공: 각 지자체 및 축제위원회)
제주유채꽃축제&우도 소라축제
기간: 2015.04.11(토)~4.13(일)
위치: 우도면 일원(주행사장 천진항)
문의: 064-728-4322~4
홈페이지: cafe.daum.net/udofestival
경주 벚꽃마라톤대회
날짜: 2015.04.04(토)
장소: 경주세계문화엑스포광장
문의: 070-7777-7955
홈페이지: www.cherrymarathon.com
영취산 진달래꽃축제
기간: 2015.04.03(금)~04.05(일)
위치: 전라남도 여수시 월내동 547 영취산 일원
문의: 061-691-3104
홈페이지: www.ystour.kr
태안튤립축제
기간: 2015.04.17(금)~05.10(일)
위치: 충남 태안 네이처월드
문의: 041-675-9200
홈페이지: www.ffestiva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