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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에는 환경을 입으세요
전 세계가 기후 변화로 호되게 혼쭐나고 있다. 이제 지구 온난화를 막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인류의 생존을 위한 필수사항이다.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환경을 보호하려는 사람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환경’은 소비재를 만드는 기업에 중요한 화두가 되었고 소비자는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진 물건에 지갑을 연다.

사실 저렴하게 구입해 한철 입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의 유행으로 패션은 환경과 그리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패션은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계 특성상 만들고 입고 버리는 과정 중에 수많은 환경 오염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는 사업이다. 그런 패션업계가 최근 들어 ‘지속 가능한’이란 수식어를 달고 환경을 향해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글. 김하은 패션 문화 칼럼니스트

# 버려진 페트병, 플리스 자켓으로 재탄생

페트병은 땅에 묻고 100년이 지나도 썩지 않고, 바다로 흘러가면 해양 생물의 생명을 위협하는 무기가 된다. 이런 페트병을 재활용할 수 있다면 환경을 보호하는 데 큰 도움이 될 터. 버려진 페트병은 깨끗이 씻어 분쇄한 뒤 섬유와 시트 등 다양한 품목으로 재활용된다. 특히 플리스 재킷에 사용되는 원단은 페트병을 세척한 뒤 녹여서 만든 재생 폴리에스터 원단이다.

더 많은 페트병이 섬유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선 페트병을 잘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깨끗하게 세척해서 버리되 비닐 라벨을 떼어내고 뚜껑을 분리 배출해야 한다. 무색 투명하며 이물질이 적게 함유될수록 품질이 좋아 재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내건 ‘파타고니아’의 광고. 아이러니하게도 이 광고 후에 플리스 자켓의 판매는 더 늘어났다.
ⓒ파타고니아 공식 홈페이지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혹시 친환경 섬유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환경을 더욱 오염시키는 것은 아닐까? 친환경 플리스 재킷,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행보가 그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파타고니아’는 버려진 플라스틱 병이나 못 입는 플리스 재킷을 새 원단으로 되살리는 ‘리사이클 섬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리사이클 원단을 사용한다고 해서 100% 친환경이냐는 질문에 파타고니아는 단호히 고개를 가로젓는다. 어떤 원단이든 옷을 만들기 위해 공장을 가동하는 순간부터 환경 오염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파타고니아’는 플리스 재킷 광고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담는다.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친환경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생산하기 위해 많은 자원이 소모되니 쉽게 사서 버리기보다는 기존 제품을 수선해서 오래 입는 것이 낫다는 메시지다. 흥미롭게도 이 광고가 공개된 이후 플리스 재킷의 판매는 오히려 급증했다.

▲ ‘파타고니아’의 플리스재킷 ⓒ파타고니아 공식 홈페이지

역시 지속 가능한 패션을 고민하는 브랜드 ‘노스페이스’는 올겨울, 무려 페트병 1,082만 개에서 재생 폴리에스터를 추출해 만든 플리스 재킷을 선보인다. 작년에 페트병 약 370만 개를 재활용한 것에 비하면 훨씬 늘어난 양이다. 이번 시즌에는 친환경 공정까지 도입해 환경 오염을 최소화했다.

▲ 친환경 공정을 통해 페트병 1,082개에서 재생 폴리에스터를 추출해 제작한 ‘노스페이스’의 플리스 재킷
ⓒ노스페이스 공식 홈페이지

# 세계 최초, 친환경 인조 모피의 등장

패션업계가 단골로 비난 받는 아이템은 단연 가죽과 모피다. 각종 동물 보호 단체와 환경 운동가의 비난을 꾸준히 받으면서도 패션 브랜드와 디자이너가 가죽과 모피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아름다움과 보온성을 모두 갖춘 소재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런 지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인조 모피가 개발됐다. 주인공은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의 딸, 스텔라 매카트니. 아버지의 명성 못지 않게 패션 디자이너로 이름을 드높이는 그는 환경 운동가였던 어머니 린다 매카트니의 영향을 받아 환경 운동에 동참하는 것은 물론, 지속 가능한 패션을 고민하며 친환경 신소재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그가 이번 시즌, 패션 디자이너로서 업계 최초로 신소재를 사용한 에코퍼 코트를 선보였다.

세계 최초의 인조 모피 코바(KOBA)는 옥수수 부산물과 재생 폴리에스테르 등 식물성 원료로 만든다. 코바는 합성 섬유와 달리 37%가 식물 기반이기 때문에 섬유 제작에 필요한 에너지를 30% 가량 절감하며, 이산화탄소는 63% 적게 배출한다. 스텔라 매카트니의 독창적 디자인을 입은 코바 에코퍼 코트는 환경 오염에 경각심을 느낀 패션 피플 사이에서 핫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 ‘스텔라 맥카트니’가 옥수수 부산물과 재생 폴리에스테르 등 식물성 원료로 만든 세계 최초의 인조 모피 ‘코바 에코퍼 코트’
ⓒ스텔라 맥카트니 공식 홈페이지

# 덜 만들고 덜 사는게 진짜 친환경이지, 업사이클링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진정한 친환경은 덜 만들고 덜 사는 것 아니냐고. 이런 생각에 동감하는 브랜드가 있다. “완벽한 코트란 당신이 20년 동안 입을 수 있는 것. 그리고 당신의 딸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입니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막스마라(MaxMara)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안 그리피스의 말이다.

막스마라는 리사이클 패브릭 오프컷 프로젝트 ‘카메럭스(CameLuxe)’를 통해 업사이클링(Upcycling, Upgrade+Recycling)을 실천하고 있다. 업사이클링이란 기존 제품을 재활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디자인을 더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막스마라는 남은 자투리 원단을 수거해 분류한 뒤 극미세 섬유로 변형한 후, 재활용된 폴리에스테르와 결합시켜 에콜로지 패딩을 만들었다. 에너지, 물 소비량,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친환경적 공정을 도입한 것은 물론이다. 2020년부터 선보이는 ‘더 큐브 컬렉션(The Cube Collection)’ 중 패딩 오버 코트 라인의 일부 모델로 만날 수 있다.

▲ 친환경 공정과 업사이클링으로 만든 ‘막스마라’의 패딩 오버 코트
ⓒ막스마라 공식 홈페이지

# 버려진 패딩도 다시 보자, 리사이클링 다운

버려진 패딩의 다운을 재사용하는 ‘리사이클링 다운’도 친환경 소재로 주목 받고 있다. 다운 충전재 업체 ‘프라우덴’은 버려진 패딩을 수거해 다운 1,000킬로그램(kg)을 확보했다. 패딩 한 벌당 200그램(g)이 쓰인다면 패딩 총 5,000벌에 새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셈. 버려진 패딩의 다운이 우리에게 돌아오기 위해선 복잡한 재활용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세척 및 고온 살균 과정을 거쳐 이물질을 제거하고 오염∙손상된 깃털을 제거해 보온 기능을 높일 수 있는 부분만 선별해 새로운 패딩에 활용한다. 소비자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재활용 원료의 출처부터 최종 제품까지 모든 공정을 추적 관리하기 때문에 전 유통 과정을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다.

▲ 다운 충전재 업체 ‘프라우덴’은 버려진 패딩의 다운을 재활용한다.
ⓒ프라우덴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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