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쥬(Marquage)는 19세기 유럽에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부유층들 사이에서 여행이 유행했는데요. 이때 가죽으로 된 트렁크가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자신의 것을 구분하기 위해 트렁크에 가문의 문장이나 이니셜을 그린 것이 마카쥬의 시작입니다.
지금은 마카쥬가 자신의 개성을 다양하게 표현하며 나만의 차별화된 자아를 강조하는 커스터마이징을 위해 사용되고 있어요.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물건이라니! 듣기만해도 설레는데요. TV 예능이나 SNS 등 각종 매체에 소개될 때마다 화제가
되는 마카쥬 원데이 클래스에 저희가 다녀왔습니다.
글. 신유리 명예사내기자
# 오늘의 참가자를 소개합니다!
손재주로 둘째가라면 서럽다! 자타공인 GKL 취미 부자! 무언가에 관심이 생겨 배우기 시작하면 어느샌가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자가 되어버린다는 소문이 있는데요. 이번에는 마카쥬를 공략해보겠노라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야무지고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 얼마 전에 남자친구와 다녀온 도자기 수업에서 남자친구의 화분이 더 예쁘게 완성되어 남몰래 승부욕을 불태우던 그녀였습니다.비록 화분은 졌지만(?) 남자친구 운동화를 마카쥬로 몇 배 예쁘게 커스텀해서 선물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 있습니다.
새롭고 재미난 것이 있으면 다 해보고 싶어 하는 스타일. 우리 동네 의욕부자, 시작 잘하기 대장이에요. 반면에 성격이 급하고 끈기가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과연 완성된 가방을 안고 집에 갈 수 있을까요?
# 본격적으로 원데이 클래스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쓱쓱~ 그림만 그리면 되는 것 아닌가 쉽게 생각했어요. 우리 모두 소지품을 2개씩 챙겨와 2개를 완성하겠다고 나섰는데요. 가만히 계시던 선생님의 표정이 심상치 않습니다. 그리고 돌아온 답변은 “보통 간단한 그림 한 개를 그리는데 3시간이 넘게 걸린답니다…” 결국 각자 1개씩만 만들기로 타협을 했어요.
성윤서 대리와 저는 가죽가방에 각각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미키마우스의 여자친구인 ‘미니마우스’를 그리기로 했어요. 김유미 대리는 상하이여행에서 사온 하얀 운동화에 인기웹툰 ‘유미의 세포들’에 나오는‘응큼이’ 캐릭터를 그려보기로 했습니다.
# 마카쥬 방법
1. 시안을 그림대로 잘라내어 소품에 붙인 후 가죽용 은펜을 사용하여 테두리 라인을 잡아 그려줍니다.
2. 그림을 그릴 영역에 디글레이저 용액을 발라주는데요. 가죽 표면 코팅을 벗겨 주는 약품입니다.
3. 가죽 전용 흰 아크릴 물감으로 색칠해줘요. 뭉치지 않게 바르고, 말리고, 덧바르는 과정을 반복해 바탕이 완벽한 하얀색이 될 때까지 발라주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4. 아까 테두리 그리는데 사용했던 그림을 구역별로 잘라줍니다. 저희가 그린 캐릭터를 예로 들면, 얼굴,목, 팔, 몸통, 다리, 머리카락, 눈동자 등등을 섬세하게 잘라줍니다.
5. 섬세하게 자른 그림을 대고, 다시 가죽용 은펜으로 라인을 그려줍니다. 그림을 따라 똑같이 그리기 위한 과정입니다.
6.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색칠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흰색으로 바탕을 깔아주었기 때문에 색이 잘 나오는데요. 두세 번만 덧칠하면 금방 선명해집니다.
7. 가장 중요하고어려운 마지막 단계입니다. 얇은 붓으로 그림의 테두리와 함께 표정까지그려주면 드디어 완성!
‘쓱쓱~ 그림만 그리면 되는 것 아닌가’싶었던 처음의 생각이 무색하리만치 모든 과정 과정에 섬세함과 인내심이 요구됐습니다. 나름 그림 그리기 좋겠다고 생각해서 골라온 제 가방은 표면이 올록볼록 거칠어서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리기가 어려웠어요. 성윤서 대리의 탄탄해 보였던 가죽 가방 역시 아무리 물감을 덧칠해도 가죽의 표면이 드러났답니다. 본래가 하얀색이고 가죽도 아니어서 몇 개의 과정이 생략되었던 김유미 대리의 흰 운동화는 대신에 물감이 지워지지 않아서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여유 있게 간식도 먹고 마시며 즐길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다들 수업 내내 고개 들 일 없이 집중해야 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단계인 그림의 라인을 그릴 때는 부담감이 상당했는데요. 아이라이너만큼 얇~고 긴 붓으로 해야 하는 섬세한 작업이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표정을 그리는 순서에서는 모두 긴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 왜 많이 봤잖아요..? 눈동자 위치의 작은 차이가 귀여운 인형과 불쌍한 인형으로 나뉘게 하고 또 눈썹 위치의 미세한 차이로 진짜 캐릭터와 이미테이션이 구분된다는 사실! 소중한 우리의 그림이 불쌍한 표정이 되지 않길 바라며 모두가 떨리는 손끝에 힘을 줬어요.
어느덧 세 시간이 훌쩍 지나고, 아무리 그려도 이것이 우리가 가져온 시안이 맞는지 의구심만 들던 그림이 차차 그 형태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미니마우스’의 귀여운 입매, ‘앨리스’의 청순한 눈동자를 무사히 마치고, 마지막 ‘응큼이’의 발그레한 볼터치를 스텐실 기법 (스폰지에 물감을 묻혀 찍어바르는 기법)을 이용해 그렸더니 세 캐릭터의 존재감이 뿅~ 살아났어요.
정녕 우리가 그린 것이 맞나요! 각자의 그림이, 그 그림을 새로 입은 물건들이 너무 사랑스럽고 뿌듯했습니다.
# INTERVIEW
강남 코엑스점 머신영업팀 | 성윤서 대리
“새로운 체험을 하고 싶던 중 마카쥬에 흥미가 생겼어요. 마냥 재미있어 보였는데, 역시 공예는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그래도 마치 장롱면허처럼, 있지만 들지 못하던 가방이 이렇게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사실 만으로도 무척 만족스러워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물건! 오늘 배운 걸 잘 기억해두었다가 집에 가서 다른 그림도 그려보고 싶어요!”
강남 코엑스점 오퍼레이션팀 | 김유미 대리
“마카쥬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잘 몰랐어요. 사진을 조금 찾아보니 너무 디테일한 작품들이 많아, 물건 위에 프린트하는구나...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요. 모두 다 제가 직접 그려야한다는 걸 알았을 땐 조금 멘붕이 오기도 했습니다. 신을 때마다 지난 상하이 여행이 떠올라 기분 좋아지는 스니커즈에 이제는 좋아하는 선후배님과 함께 한 오늘의 기억까지 함께 남을 거라 생각하니 더욱 더 소중하게 느껴져요”
소통실 홍보팀 | 신유리 대리
“생각보다 어려워서 당황했어요. 가죽 표면이 올록볼록해서 붓이 자꾸 삑사리(?)가 났는데요.만회하려고 덧칠하다보니 미니마우스의 발이 자꾸만 커지기 시작했어요. 모두가 보고 웃었던 왕발 미니마우스는 선생님의 코치를 받아 무사히 완성될 수 있었답니다. 오래전에 사서 거의 잊고 지내던 가방이 이렇게 귀엽게 새로 태어나다니. 앞으로는 자주 들고 다닐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