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여행의 방법,
식도락의 기술
식도락의 기술
글. 이우석 여행칼럼리스트 / 먹고놀랩 소장
놀고먹기가 과연 쉬운가. 사람들은 흔히 놀고먹는 게 제일 쉽다고 말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일하는 한국인은 놀고먹기에 태생적으로 약하다. 여유가 생겨도 시행착오를 범하기 일쑤다. 어쩌다 여행을 떠난대도 숙소에선 이른 아침부터 알람들이 울려댄다. 짧은 일정 중 최대한 많은 것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퀭한 눈으로 숙소를 나서 일출이며 물안개가 피어나는 명소로 달려간다. 자신이 알고 있는, 혹 모른다면 누군가에게 추천받은 여행지들로 하루 일정이 빼곡하다. 여행을 일생일대의 과업처럼 ‘수행’하는 셈이다.
한국의 여행 문화와 산업은 급속도로 발달했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 정서상 여행은 여전히 ‘사치’에 가깝다. 그러나 이제 여행은 생필품으로 봐야한다. 의식주(衣食住)에 더불어 유(遊)가 하나 더 붙었다. 그게 인간 생존에 필요한 생활필수 품목이다.
여행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던 어느 날.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최악의 변수가 찾아와 전 세계 여행시장을 꽁꽁 얼려버렸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여행의 시작인 ‘마실’마저도 주저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젠 더욱 새로운 여행의 기술이 필요하다.
짧은 시간과 공간, 일정 안에서 최소한의 공포와 최대한의 만족을 이끌어내는 여행 말이다. 이런 여행을 효율적으로 즐기려면 우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일상을 떠나는 이유는 단순히 많은 것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젠 자신이 즐기는 뭔가를 하기 위해 그것을 가장 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동하는 여행이 새로운 트렌드가 될 전망이다.
한국의 여행 문화와 산업은 급속도로 발달했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 정서상 여행은 여전히 ‘사치’에 가깝다. 그러나 이제 여행은 생필품으로 봐야한다. 의식주(衣食住)에 더불어 유(遊)가 하나 더 붙었다. 그게 인간 생존에 필요한 생활필수 품목이다.
여행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던 어느 날.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최악의 변수가 찾아와 전 세계 여행시장을 꽁꽁 얼려버렸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여행의 시작인 ‘마실’마저도 주저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젠 더욱 새로운 여행의 기술이 필요하다.
짧은 시간과 공간, 일정 안에서 최소한의 공포와 최대한의 만족을 이끌어내는 여행 말이다. 이런 여행을 효율적으로 즐기려면 우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일상을 떠나는 이유는 단순히 많은 것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젠 자신이 즐기는 뭔가를 하기 위해 그것을 가장 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동하는 여행이 새로운 트렌드가 될 전망이다.

▲ 특별한 경험, 목적을 가지고 여행을 하는 특수목적관광(SIT: Special Interest Tour)으로 떠난 홍콩 미식 여행

▲ 인도 께랄라주에서 전통무술체험을 할 수 있는 여행
다시 말해 앞으로는 ‘어디로 떠날 것인가(where)’가 아니라 ‘무엇을 할 것인가(what)’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해진다는 뜻이다. 커피로 유명한 도시에서 배우는 커피 로스팅과 주요 와인 생산국에서 즐기는 다양한 하우스 와인은 24인승 차량에 올라타 하루에 관광지 열한 곳을 둘러보고 ‘인증샷’ 찍기에 바쁜 여행보다 여유롭고 특별한 추억을 남긴다. 많은 관광객이 다녀간 멋진 자연 경관과 뛰어난 경승은 없지만 그에 못잖은 ‘나의 취향’이 선명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취향 여행’(SIT, Special Interest Tourism)이다.
당분간 해외여행은 어려울 듯 하지만 그렇다고 실망하기엔 이르다. 국내에도 이런 곳이 많아졌다. 강원도 양양은 서핑의 메카로, 속초는 서점, 제주도와 대구는 커피, 영동은 와인으로 각자 색깔을 덧입혔다. 전남 강진은 프랑스 지트(Gite de France)처럼 농촌체험을 할 수 있는 농가민박의 성지로 떠올랐다. 며칠씩 머물며 풋풋한 농촌 생활을 누릴 수 있다.
당분간 해외여행은 어려울 듯 하지만 그렇다고 실망하기엔 이르다. 국내에도 이런 곳이 많아졌다. 강원도 양양은 서핑의 메카로, 속초는 서점, 제주도와 대구는 커피, 영동은 와인으로 각자 색깔을 덧입혔다. 전남 강진은 프랑스 지트(Gite de France)처럼 농촌체험을 할 수 있는 농가민박의 성지로 떠올랐다. 며칠씩 머물며 풋풋한 농촌 생활을 누릴 수 있다.
# 최소한의 레저, 식도락 즐기기
이러한 여행의 새로운 바람을 타고 식도락에 대한 열망도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식도락이야말로 최소한의 레저다. 누구나 삼시세끼를 먹지만 제대로 고민하고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면 식도락 그 자체가 충분한 휴식이 될 수 있다. 이젠 맛난 막국수 한 사발을 먹기 위해 40분 넘게 줄서는 것쯤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터넷에는 맛집 정보와 리뷰가 넘쳐나고, 이를 골라주는 전문 애플리케이션과 사이트도 부지기수다. 심지어 남이 먹을 메뉴를 정해주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이들도 있다.

식도락을 즐기는 데엔 딱히 시간과 일정을 잡을 필요가 없다. 함께 즐길 사람이 없다고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혼자 밥을 먹는 ‘혼밥’ 문화와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 문화는 이제 가정과 직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HMR(가정간편식)의 유행 시기도 앞당겼다. 감염병으로 무서운(?) 세상을 피해 혼자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싶은 욕구는 누구도 말릴 수 없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포장해 밖에서 먹는 도시락과는 반대 개념이다. 냉장고에 쟁여놓고 언제나 데워 먹는 냉동 피자 같은 즉석 식품류와도 또 다르다.
최근 몇 년간 대형 유통업체는 물론, 스마트 기술과 발 빠른 배송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유통업체도 식품 머천다이징(MD)을 내세우며 HMR 시장에 뛰어들었다. 거미줄 같은 촘촘한 유통망을 보유한 편의점은 각 거점을 기반으로 HMR을 유통한다. 특급 호텔 F&B 사업부도 여기에 가세해 집이나 직장 휴게실에서도 ‘슬기로운 호텔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최근 몇 년간 대형 유통업체는 물론, 스마트 기술과 발 빠른 배송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유통업체도 식품 머천다이징(MD)을 내세우며 HMR 시장에 뛰어들었다. 거미줄 같은 촘촘한 유통망을 보유한 편의점은 각 거점을 기반으로 HMR을 유통한다. 특급 호텔 F&B 사업부도 여기에 가세해 집이나 직장 휴게실에서도 ‘슬기로운 호텔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됐다.
# 나와 우리를 위한 특별한 한 끼

▲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의 메뉴
‘식도락의 꽃’은 파인 다이닝(Fine Dining)이다. 극히 소수만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의 테이블을 차지할 수 있다. 여기서 파인(Fine)이란 프린트나 금형으로 대량 생산하는 ‘양산품’이 아니라 작가가 직접 만든 ‘순수 예술’, 파인 아트(Fine Art)에서 나온 말이다. 파인 다이닝의 셰프는 자존감과 정체성 유지를 위해 레스토랑을 경영하고, 실질적인 수입은 강연, 쿠킹 클래스, 협업 등을 통해 올린다.
▲ 류니끄에서 맛볼 수 있는 메뉴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의 ‘류니끄’를 보자. 저녁 기준 1인당 약 23만 원인데 테이블이 여섯 개에 불과하다. 한 번에 최대 26명이 식사를 즐길 수 있지만, 4인 테이블에 2명씩 앉으면 식사 인원은 더 줄어든다. 식사 시간은 보통 2시간이 넘는다. 반면 주방 인원은 9명이다. 숙련된 셰프 9명이 최대 26명의 식사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류니끄’는 어뮤즈 부셰(Amuse-Bouche, 식당에서 제공하는 무료 에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14코스~16코스를 제공한다. 홀 스태프는 4명인데 이중 경력이 7년 이상인 소믈리에가 두 명이다. 홀 스태프 1명이 테이블 2개 미만의 음료와 식사를 책임진다는 얘기다.
‘류니끄’는 어뮤즈 부셰(Amuse-Bouche, 식당에서 제공하는 무료 에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14코스~16코스를 제공한다. 홀 스태프는 4명인데 이중 경력이 7년 이상인 소믈리에가 두 명이다. 홀 스태프 1명이 테이블 2개 미만의 음료와 식사를 책임진다는 얘기다.
▲ 파리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인 기사부아의 요리
식재료와 식기 역시 근사하다. 파인 다이닝은 식재료 구입 비중이 식사비의 25~30%에 이른다. 셰프는 귀한 식재료가 시장에 나오면 경쟁적으로 달려가 구입하고 테스트한다. 추가 시스템 투자도 필요하다. 첨단 장비와 부자재 등 기기 구입과 유지 비용이 필요하다. 와인잔, 실버웨어, 커트러리 등 테이블웨어는 값비싼 럭셔리 브랜드 제품을 사용한다.
이 모든 것을 즐기는 데 보통 국밥 한 끼의 약 20배~30배가 필요하다. 하지만 ‘식(食)’생활은 수백, 수천만 원에 달하는 값비싼 명품 옷이나 억 단위인 집값에 비하면 의식주 중에서 그나마 돈이 적게 드는 ‘사치’ 영역이다. 그 사치로 배는 비록 금세 꺼지겠지만 즐거운 추억 만큼은 오래 남는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고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찾고 있는 2020년 대한민국이다.
이 모든 것을 즐기는 데 보통 국밥 한 끼의 약 20배~30배가 필요하다. 하지만 ‘식(食)’생활은 수백, 수천만 원에 달하는 값비싼 명품 옷이나 억 단위인 집값에 비하면 의식주 중에서 그나마 돈이 적게 드는 ‘사치’ 영역이다. 그 사치로 배는 비록 금세 꺼지겠지만 즐거운 추억 만큼은 오래 남는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고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찾고 있는 2020년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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